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주간지 <타임>과 경제지 <포춘>은 미국의 잡지왕 헨리 루스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리고 그는 1936년 "사진은 세상을 드러내 보여주는 객관적인 수단이기 때문에 기계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가장 중요한 매체이며 아직은 다루기 어렵지만 놀랍도록 강력한 새로운 언어임에 틀림없다"고 말하며 또 하나의 잡지를 만들었다. 바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진 잡지로 평가받은 <라이프>다. <라이프>는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사진이 중심이었던 잡지였다. 루스는 사진의 객관적 사실 기록과 정보 전달이라는 역할을 믿고 이를 잡지를 통해 실천해 나갔다. <라이프>는 곧 사진으로 펼쳐보는 미국의 역사이자 재편되는 세계 질서 속에서 강대국으로 부상하는 미국과 타국가들의 정치, 문화 그리고 사회적인 관계망을 포착한 가장 미국적인 잡지였다. 미국인들은 <라이프>로 세계인들과 호흡했고, 세계는 <라이프>안에서 재편집되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사진이 있었다.


  Ⓒ 아이엑스디자인 - 라이프 사진전: 더 라스트 프린트 展

<라이프>는 역사상 가장 성공한 사진 잡지로 기억된다. 창간 1년 만에 100만 부를 발행했고, 전성기에는 세계 곳곳에서 총 1,350만 부 가량을 찍어냈다. 정기구독자 수만 800만 명에 이르렀던 <라이프>는 텔레비전이 대중화되기 전까지 사람들에게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로서 전 세계의 소식을 전달했다. 수많은 사건과 사고를 목격한 <라이프>는 무엇보다 제2차 세계대전을 사이에 둔 격동의 시대를 기록했다. 그들의 카메라는 메마른 순간을 기계적으로 기록한 것이 아닌 인간과 시대의 본진을 명확하게 증명하고 낱낱이 파헤치는 데 열정과 시간, 돈, 심지어는 자신의 생명까지 바쳤다. 그들이 남긴 작품은 반복되는 역사의 교훈을 비롯해 다가오는 시대와 삶의 문제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불러일으켰다. 참혹한 전쟁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천진난만한 아이의 일상, 첨단 과학기술과 유행하는 패션에 대한 통속적인 기사까지 폭넓은 주제를 모두 담아낸 <라이프>는 개인의 자유를 인정하고, 공존했던 이들이 함께 이룩한 인간의 삶에 대한 총체적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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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 컬렉션 Pearl Week. 1957 Photo by Loomis Dean Ⓒ The LIFE Picture Collection

INTRODUCTION / 20세기 가장 중요한 사진가 중 한 명이자 거리에서 찍은 필름 카메라 사진을 예술의 반열에 올린 포토 저널리즘의 선구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어린 시절 그림을 배우던 그는 1930년에 사진작가 외젠 앗제와 만 레이의 작품을 접한 후 사진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카메라는 그에게 눈의 연장이었으며, 그의 작업 방식은 직관과 본능에 따라 진정성을 포착하는 것이었다. "사진보다 삶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했던 그는 모든 인위성에 반대하며 연출이나 플래시, 사진을 크롭하는 행위 등을 배제하는 대신 대상이 형태적으로 완벽히 정돈되면서도 본질을 드러내는 순간에만 셔터를 눌렀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포토저널리스트들이 추구하는 궁극의 이미지는 "마지막에 인쇄되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예술가보다 리포터로 불리기 원했고, 짧고 덧없고, 위협받는 인간의 삶을 파인더에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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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8년 플로리다 데이토나 비치에서 열린 데이토나 200 오토바이 경주에서 풀사이즈 오토바이를 탄 남자와 미니어처 인디언 오토바이를 탄 소년이 해변을 따라 달리고 있다. 1948 Photo by Joseph Scherschel Ⓒ The LIFE Picture Collection

GET IN CLOSER 더 가까이 /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면 로버트 카파의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은 건 충분히 다가서지 않아서다"라는 한마디가 반드시 들어갈 것이다. 앙드레 프리드먼이라는 이름의 헝가리 이민자였던 그는 로버트 카파라는 제2의 자아를 만들어냈고, 당대 최고의 종군 사진기자가 되었다. 그는 1930년대 일어난 스페인 내전, 중일 전쟁, 미군과 동행했던 북아프리카와 이탈리아, 그리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누비며 명성을 떨쳤다. 그러나 그는 "종군 사진기자의 가장절실한 소원은 실직하는 것이다"고 말할 만큼 전쟁을 싫어했다. 카파는 1944년부터 1946년까지 <라이프> 소속 사진기자로 근무했고, 1947년 매그넘 포토스(Magnum Photos)를 공동 설립했다.


  Ⓒ 아이엑스디자인 - 라이프 사진전: 더 라스트 프린트 展

TALK TO PEOPLE 사람들에게 말을 걸기 / 포토 저널리즘의 아버지라 불린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는 항상 "셔터를 누르는 것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가 추구한 솔직한 사진의 핵심은 인물과 사건이 스스로 이야기하게끔 만드는 것이었다. 이러한 진정성을 얻기 위해 그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었고, 사건으로 들어가 자연스레 그 일부가 되었다. 누군가의 생김새만 아는 것과 목소리, 생각, 그를 둘러싼 시간과 환경을 알아가고자 하는 노력은 이야기가 담긴 순간을 찾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알프레드 에이젠슈테트는 사물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세상을 바라봤다. 무엇이 그들을 존재하게 하는지 발견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대상을 편안하게 해준 다음 가까이 다가가서 몇 장의 사진을 찍고 바로 다음 사람, 다음 장면으로 넘어갔다. 결코 많은 양의 필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끈질기게 대상의 본질을 추구했다. 그가 간절히 원했던 건 사람들 모두가 본질에 자연스럽게, 어렵지 않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 아이엑스디자인 - 라이프 사진전: 더 라스트 프린트 展


  펜실베이니아 역의 시계. 1943 Photo by Alfred Eisenstaedt Ⓒ The LIFE Picture Collection

STAY WITH THE SUBJECT 몰입하기 / 카메라는 단순히 순간을 기록하는 기계장치로 보이지만, 그 기록은 사실 그 자체로만 포착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사건과 인물을 현실에서 분리해 독립적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사진가의 태도와 의지 또한 투영된다. W.유진 스미스는 자신이 경험한 진실을 지면에 그대로 구현하고자 끊임없이 편집자들을 괴롭혔던 완벽주의자였다. 사진작가이자 <라이프> 편집자였던 데이비드 셔만은 그를 이렇게 설명했다. "굉장했다. 그는 모든 재능을 갖추고 있었다. 그는 극적인 사건과 감정을 일깨울 줄 알았다. 그는 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얘기했고, 흥분해 있었다. 순수한 화가의 눈을 가진 그는 굉장히 예술적인 사람이었지만 보통 사람으로서는 구제불능이었다." 스미스가 평생토록 추구했던 것은 사진을 관통하는 혹은 그 너머에 있을지도 모를 진실이었다.


  Ⓒ 아이엑스디자인 - 라이프 사진전: 더 라스트 프린트 展

& LIFE 전쟁 / 마가렛 버크-화이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최초로 임명된 여성 종군기자였으며, 전투 임무를 기록하기 위해 비행기에 오른 최초의 사진가다. 또한 나치 강제수용소를 기록한 최초의 사진기자 중 한 명이자, 간디가 암살되기 6시간 전 마지막으로 인터뷰한 사람이었다. 수십만 장에 달하는 그의 작품은 모험심, 감성, 화해, 용기의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해준다. 1938년 스페인과 중국에서 일어난 전쟁을 취재해 보도한 <라이프>의 사진과 기사를 접한 독자들은 죽음과 공포, 전사자나 부상병의 비참한 모습에 큰 충격을 받았고, 그동안 이러한 사진을 본 적이 없었기에 편집부에 불만을 토로하거나 항의를 제기했다. 이에 <라이프>는 입장을 발표했고, 이는 오늘날 전쟁을 기록하는 뉴스 혹은 저널리즘의 한계와 가치를 잘 설명하고 있다.


  Ⓒ 아이엑스디자인 - 라이프 사진전: 더 라스트 프린트 展

<라이프>에 보관된 1,000만 장의 사진 기록은 지난 세기의 중요한 역사적 기록이자 현재와 미래를 위한 지속적인 영감의 원천이다. <라이프 사진전: 더 라스트 프린트>는 치열한 논쟁 끝에 선택되어 <라이프>에 게재된 사진 중에서도 다층적인 삶의 순간이 펼쳐지는 101장을 선택했다. 이 작품들은 그저 한 순간을 기계적으로 기록한 것이 아닌, 개인의 삶과 시대의 모습을 증명하고 파헤치고 있다. 우리의 삶과 가까운 일상의 순간을 포착한 작품을 통해 유례 없는 펜데믹으로 인해 큰 시련을 겪고 있는 현재와 불안한 미래를 맞설 수 있는 감동과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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